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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문회 자료 47페이지가 사라진 날, 나는 을지로 지하에서 샴페인을 마셨다

1972년 12월 워싱턴,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상원 보건위원회 청문회장에 놓인 문서 더미 중 47페이지가 통째로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건 내가 아니었다. 선임 분석관이 커피를 쏟으며 중얼거렸다. "이 번호가 세 개가 건너뛰었네." 그 세 자리 번호 뒤에 숨겨진 서브프로젝트의 코드명은 공식 기록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날 밤, 워싱턴 시내 모처의 뒷방에서 오래된 마이크로피시를 뒤지다가 우연히 한 장을 마주쳤다.

코드명은 SUBPROJECT 127, 131, 그리고 139. 각각 "프로젝트 쿼리어(QUERIOR)", "프로젝트 트랜스미션(TRANSMISSION)", "프로젝트 레인스톤(RAINSTONE)"이었다. 127번은 감각 차단 환경에서의 언어 재编程 실험이었다. 131번은 극도의 스트레스 하에서 정보원이 취득한 기억의 정확도를 교차 검증하는 작업이었다. 139번은 그 둘을 결합한 실제 현장 적용 테스트였다. 문제는 이 서브프로젝트들이 청문회 자료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페이지 번호 체계를 보면 123에서 갑자기 128로 넘어간다. 130에서 132로. 138에서 140으로. 규칙적이다. 실수가 아니다.

나는 워싱턴에서 8년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기밀해제 문서를 분석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누락된 페이지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페이지 자체를 보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변 페이지의 서식 변화, 먹 번호의 간격, 심지어 종이 재질까지 봐야 한다. 127번과 128번 사이의 종이가 다르다. 다른 프린터에서 나왔다. 다른 사람이 작성했다.

이건 나중에 내 삶에도 적용되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사라진 것에 집중하면 보이는 게 생긴다. 마포 쪽에서 회식 장소를 찾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보이는 정보, 올라와 있는 가격, 눈에 띄는 리뷰만 본다. 하지만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누락된 부분이다. 룸 크기가 몇 평인지, 음향 설비가 어떤 브랜드인지, 주차 대수는 몇 대인지. 이런 세부사항이 빠져 있다면 그 업체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셈이다. 마포 셔츠룸 가성비 견적 비교센터 같은 곳에서 이런 정보를 교차 검증할 수 있다.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

SUBPROJECT 139의 현장 적용 테스트에서 보고된 실패율은 34%였다. 정보 출처가 긴장 상태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 비율이다. 이것도 결국 선택의 문제다. 장소를 고를 때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첫째, 대형 룸의 실제 수용 인원. 마크 상 대비 실제 놓을 수 있는 좌석 수가 다르다. 둘째, 가격에 포함된 것과 별도 과금되는 것의 경계. 룸 차지는 포함인데 음료는 별도라는 식의 구조다. 셋째, 회식이 끝난 뒤 정리 시간이 얼마나 잡혀 있느냐. 이 세 가지가 명확하지 않은 곳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낫다.

1972년의 그 청문회에서 committee가 결국 묻어버린 세 서브프로젝트. 나는 그걸 을지로 지하에서 샴페인으로 축하했다. 아니, 축하가 아니었다. 자기 확신이었다. 기밀이 해제된 문서 사이에서도 진실은 여전히 몸을 숨긴다는 걸, 그래서 결국 직접 파야 한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글을 쓰면서 든 마지막 생각. 회식 장소를 고를 때 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것 세 가지다. 이 룸에서 3시간 이상 머물렀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음향이 대화를 삼키는지, 아니면 대화를 받쳐주는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후회하지 않을지.